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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후기

과학동아천문대를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리얼스토리입니다.
5학년 딸과 엄마의 마음에 가득했던 달과 별 ☆
송미영 2014.02.19 3,073

지난 2월 12일 과학동아 천문대에 다녀왔다.

애들 아빠 회사에서 모집한 직원 가족 대상의 일일 교육을 신청한 것이었는데, 아직은 과학에 흥미가 없는 예비 5학년인 딸아이의 첫마디는 "그거 얼마짜리야?" 였었다. 금액이 비싸면 아깝다는 아이의 반응이었다. 나는 별학교에 관심이 있던 중이라 아이의 그런 물음이 다소 실망스러웠고, 일단은 사람이 해봐야 아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가보자고 하여 출발했다.

네비게이션에 "나진전자월드"라고 찍으니 검색이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전자월드"라고만 써야 되는 것이었다. 업그레이드의 문제였는진 몰라도 혹시라도 저처럼 어려움 있으신 분들은 그냥 "전자월드"라고 치시면 다른 나진상가와는구별되게 이 건물로 안내가 되므로 참고하시기를...

건물 위로 멋진 돔 모양이 보인다고 하여 그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건물 바로 밑에서 찍으니 과학동아 천문대라는 글자만 어렴풋이 보인다. 그래도 나뭇가지 사이로 예쁜 달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니 천문대에 들어갈 기대감이 막 생긴다.

일찍 도착했기에 저녁을 근처에서 해결했다.

지하 1층에 돈까스를 파는 일식집이 있어서 맛있게 먹고 7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니 벽에 이렇게 로고가 붙어있는데 알록달록하니 참 예뻤다.

패밀리데이라는 안내판의 화살표를 따라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 시작 전까지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주셨는데, 시작 시간이 되어 아쉽게도 다 보지 못했다.

재밌게 봤던 애니메이션.

나중에 또 보여주세용~.

아래 사진의 김영진 선생님이 이날 강의를 해주신 분이다.

실제 모습은 사진보다는 조금 마르셨다. 천문대가 힘드신갑다. ^^

첫마디가 "별이 뭘까요?" 라는 질문이었는데, 내 머릿속에는 "하늘에 떠 있는 항성" 아니면 "우주에 떠 있는 항성". 이 두개를 나름대로 고민끝에 추려놓고, 나는 항성과 행성을 구별할 줄 아는 여자라는 자신감에 잠시 빠져있었다. 그동안 그 비스무레한 대답이 무수히 나오며 지식인들 사이에서 나는 급히 겸손해졌고, "스스로 빛나는 것이 별"이라는 선생님의 답에 이어 우주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되었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

가장 밝은 행성인 목성, 갈릴레이 이야기, 북극성 이야기, 안드로메다 은하 이야기를 별자리, 그리스로마 신화를 곁들여가며 아주 재미있게 해 주셨다. 요즘 아이들은 만화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많이들 읽었기 때문에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욱 쉽게 이해하며 반응을 더욱 잘해가며 수업했다.

수업 기기는 좋은 편이었다. 특히 특정 별을 클릭해서 잡아당겨서 정보를 가져다가 볼 수가 있었고, 컴퓨터 시계를 조작하여 멋진 우주여행을 하기도 했으며 굉장히 신기하고 예쁜 우주를 볼 수가 있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혹시 실례가 될까도 싶고 촌티내는게 부끄러워서 참았다.

이날이 대보름 D-2 날이어서 우리가 천문대를 갔다온 이후 TV에서 달에 관해 더러 나왔더랬다.

그럴때마다 같이 따라갔던 우리 다섯살 꼬맹이가 "나 저거 봤는데" 하면서 반가워했다.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는데 유심히 다 보고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수업 및 그 외 내용이 들어있는 나눠주신 책자.

서울의 중심에서 별을 외치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 나오는 세상의 중심 호주의 울룰루에서 별을 본다면 어떨까?

그러나 바쁜 현대인에겐 가까운 용산을 강추한다.

이건 웬 반전인가.

심드렁한 마음으로 왔던 우리 큰딸이 돈까스 먹으면서 1차로 풀어지더니 애니메이션 보면서 따뜻한 마음을 거진 회복했다 싶었는데, 위를 봤다 아래를 봤다 고개가 바쁘더니만 이렇게 잔뜩 필기를 해 놓았다. 뭐하느냐고 뒤에서 쿡쿡 찔러보니 말시키지 말라며 한참 열중하더니만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광속으로 적어놓은 것이다.

끝나고 재밌었느냐고 물으니,

꽤 괜찮았다며, 재밌었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진리다.

강의가 끝나고 윗층 옥상 전망대로 올라갔다.

깜깜해서 옥상은 잘 보이진 않고 용산역 야경이 환하게 보였다.

이곳 옥상에선 깜깜하면 깜깜할수록 별이 잘 보이므로 핸드폰 액정 화면의 불빛도 관측에 방해가 되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홈페이지의 사진을 모셔왔는데 현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최고로 잘 나온 천문대 사진이 아닐까 싶다. ^^

천체 망원경으로 본 달의 모습이다. 보름 이틀 전이라 완전히 동그랗지는 않다.

보름날엔 천문대에서 이벤트가 있다고 했는데,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암튼 달을 이렇게 자세히 보기는 처음이었고, 참 신기했다. 이 사진은 망원경의 렌즈에 카메라를 대고 찍은 사진인데 찍은 다음에 로테이트를 했더니 위치가 회전이 된 모습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 그믐달을 초승달 이쁘쟤? 라고 하는 장면이 있었다며 옥의 티를 지적하신 김영진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던 바, 자수의 말씀 올린다.

이건 달사진을 확대한 사진이다.

여기 선생님들 무척 친절하시다. 다들 핸드폰에 직접 찍은 달사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망원경 렌즈에 대고 찍어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싫은 내색 하나도 없이 모두 다 찍어 주셨다. 그것도 초점이 띠디딕 하고 맞아서 퍼펙트한 사진이 나올때까지 열심히 찍어주셔서 무척 고마웠다.

돔 천장 건물의 안으로 들어오니 목성 관측을 위한 망원경이 있었다.

움직이고 열리는 천장. 단점은 조금 춥다는 것.

목성의 모습이다. 가스 표면까지도 잘 보이고 나란히 반짝반짝 빛나는 위성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것도 역시 망원경 렌즈에 대고 찍어주신 사진인데 일부 카메라는 줄무늬가 보이지 않기도 하는데 다행히 잘 나온 것 같다.

자리를 옮겨 따뜻한 돔형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따뜻해서 좋은데 의자까지 제껴서 누울 수도 있다.

천장엔 깜깜한 밤하늘이 보이고 무수히 많은 별이 쏟아진다. 우주선을 타고 막 달리는 듯한 입체감.

예쁜 밤하늘이 신비롭고 낯선 기분이 든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별, 나는 먼지, 나는 세포, 나는 우주... 많은 생각이 나기도 하고 혹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아득한 느낌이다. 난 이곳이 가장 좋았는데 더더군다나 이곳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한가지 tip.. 맨 뒷줄은 의자가 제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편안하게 눕는걸 싫어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집에 오는 길에 과학에 눈뜬 예비 초5 소녀에게 별학교가 어떻겠느냐고 물으니,

좋은 것 같은데 조금 피곤할 것 같아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한번 경험해보더니 아이의 시야가 넓어지고 발전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일산 우리집 근처에는 이런 어린이 천문대가 두어개 있다. 주변 엄마들에게 이야기하니 과학동아 천문대라는 이름은 몰라도 용산에 새로 생긴 천문대가 요새 강남쪽엔 입소문 나고 있다고 알고 있길래 대략 별학교 프로그램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가격대비 내용이 동네 천문대보다 좋은 것 같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어린이가 수업을 하는 동안 기다리는 사람이 앉아있을 장소와 어린 동생들이 볼만한 동화책을 구비해주시면 더욱 좋겠다는 점과, 학생들이 비교적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방학기간에 상설 프로그램을 조금 더 많이 운영해주시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회사와 과학동아 천문대에게 감사 말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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