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초거대블랙홀급으로 커지지 않는 이상 지구가 빨려 들어가는 일도, 태양계 전부가 빨려 들어가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거에요.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이 블랙홀이 되면, 약 8분 뒤 지구는 더 이상 태양빛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지구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블랙홀이 된 태양 주변을 계속 공전합니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블랙홀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블랙홀이 주변의 모든 것을 죄다 빨아들인다는 생각입니다. 블랙홀이 빛도 탈출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중력을 갖고 있는 천체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블랙홀의 특이점에서 아주 가까운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죠. 사건의 지평선이란 태양이 지평선으로 지고 나면 볼 수 없듯 빛이 밖으로 나오지 못해 밖에서 절대 볼 수 없는 경계선입니다.

태양이 블랙홀이 되다고 가정하면 사건의 지평선은 약 2.95㎞로 계산됩니다. 물론 특이점에서 수백㎞ 거리에서 강한 조석력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1억5000만㎞. 이 정도 먼 거리에서는 아무런 차이도 느낄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태양은 스스로의 질량을 그대로 갖고 블랙홀이 됐기 때문에 지구에서 느끼기에 블랙홀이 된 태양은 이전과 같은 크기의 중력을 갖습니다. 태양과 같은 질량을 갖는 어떤 물체를 태양 위치에 대신 가져다 놓는다 하더라도 그 물체는 태양과 동일하게 지구에 같은 중력을 미칩니다. 지구는 항상 그랬듯 태양계 중심을 기준으로 공전을 하는 것이죠.
　　
더 많은 시간이 지나서 멀리서 오던 혜성들 중 일부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안에 끌려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블랙홀의 질량이 더 커지면 지구의 공전은 아주 약간 빨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답했듯이, 태양이 초거대블랙홀급으로 커지지만 않는다면 지구가 블랙홀이 된 태양한테 빨려 들어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