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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후기

과학동아천문대를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리얼스토리입니다.
강곤참 2014.05.31 5,113

[과학동아 천문대]

<저는 ★ 볼 일 있는 사람입니다 - 5월 성인 프로그램 후기>

- 목 차 -

1. 이번프로그램을 통해 느낀점

2. 천체 관측 당일

3.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앞두고

4. D-3, 과학동아 천문대 발견

5. 저는 별 볼 일 있는 사람입니다

1.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점

5월 프로그램에 다녀온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보름 전만 해도 봄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어느덧 봄은 훌쩍 떠나고 여름이 앉아 있습니다.

이번 6월 프로그램에는 여름에 볼 수 있는 별자리에 대해 다룰 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사람들마다 제각각 추억이 있듯, 제게도 소중한 추억이 많이 있습니다.

추억이란, 말 그대로 지나간 일을 돌이켜 본다는 뜻입니다.

살다보면 문득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학창생활, 군생활, 여행 등 다양한 경험들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떠오르곤 할 때가 있지요.

과연 추억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설사 추억이 없다고 하더라도 만들어 나가면 되겠지요.

추억이 없어서 어떻게 추억을 만들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저는 천문대에 가서 별을 보고 올 것을 추천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게 이번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통해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생겼거든요.

저는 근교에 천문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운좋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제목에 떡 하니, '★ 볼 일 있는 사람'이라고 적어 놓긴 했지만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Ctrl키+F키로 검색창을 활성화 시켜서 '지구과학'을 찾아보시면 됩니다.)

두근 반, 세근 반 하는 마음으로 천문대로 향하던 발걸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들었던 강의,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천체투영관,

대망의 천체관측과 매직폴리미니 제작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빠짐 없이 기억에 남습니다.

강의에 사용된 가상 천체 프로그램을 통해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 지구를 비롯하여 우리 인간이 얼마나 작은 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북극성도 4천년 단위로 미래의 모습을 보았더니,

움직이다 못해 베가(직녀성)과 역할을 교대한다는 사실 또한 충격이었습니다.

우주적인 시간과 공간 앞에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다루는 시간과 공간을 생각해보면 자못 숙연해집니다.

머릿 속에 가장 생생히 남는 기억은 뭐니뭐니 해도 천체망원경으로 목성, 토성 그리고 달을 관측했을 때입니다.

그 전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던 목성과 토성, 화성과 달이 마치 눈 앞에서 펄떡거리며 살아 숨쉬는 듯한 그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제게 밤하늘의 별들은 이제 더 이상 박제된 반짝이에 불과한 존재가 아닙니다.

줄줄이 서서 망원경 렌즈에 스마트폰을 대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사진을 찍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사실, 빼어난 사진은 구글에서 검색하면 넘쳐나지만 평소에 사용하던 스마트폰으로 저 너머의 행성들을 찍음으로서

잠시나마 그것들을 소유한 듯한 착각을 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 스마트폰으로 찍은 내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내 내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닿는다면 말입니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전에 사진을 좀 더 선명하게 찍고 싶다면,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 렌즈를 안경닦이로 렌즈를 닦는 것도 하나의 팁입니다.

프로그램 이후에, 친구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고 다녔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셨던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혼자만 좋아하고 감추기에는 너무 좋았으니까요.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과학동아 천문대를 통해 좋은 추억을 만들고, '★ 볼 일 있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 천체 관측 당일

전날, 프로그램 일정, 준비물, 약도, 주차(심지어 무료!), 이벤트에 대한 내용이 한가득 담긴 문자를 받고

용산역 터미널 전자상가가 공사중임에도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http://minicamp.itamtam.co.kr/star/community/noticeView?community_idx=2270&search_string=&search_field=&search_cate= (약도 및 안내)

위 링크에서 안내된 대로 잘 찾아간 동아사이언스 사옥입니다. 이곳에서 '과학동아'를 만드는구나 싶어 신기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서 내리자마자 정면의 안내데스크(?)에서 친절하게 강의실로 안내해주셨습니다.

강의는 한마디로, 별도 아는 만큼 보이는데, 볼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명강의였습니다.

'Starry Night Pro'라는 가상 천문 프로그램을 통해 달과 별(자리), 행성뿐 아니라 외부에서 바라보는 우주의 모습까지!

환상적인 마우스 컨트롤과 위트 넘치는 멘트로 불과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이 '천문학 개론'에 빠져들었습니다.

초등학교의 수업이 40분씩 진행되는 데 비해, 30분 정도면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30분 동안 메모하면서 들은 내용을 돌아와서 다시 보니 질과 양,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명강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강의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지식과 정보를 넘어서 이 강의를 통해

우주와 별을 좀 더 알고 싶고,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특히, 137억 광년, 10억 광년 떨어진 시점에서 바라본 우주의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그것만큼은 지구에서 아무리 크고 좋은 천체망원경으로 본다고 할 지라도 볼 수 없는 것이니까요.

http://minicamp.itamtam.co.kr/star/installation/facility (시설 안내)

강의를 끝으로, 8층(옥상)으로 올라가 진행될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우리 의지의 한국인들은 옥상으로 올라갈 준비를 마치고 줄을 서고 계셨습니다.

돌이켜보니, 맨 앞에 서든, 맨 뒤에 서든 관측에 필요한 망원경은 곳곳에 충분히 있고, 시간도 충분했습니다.

그러니, 괜히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끄트머리에 섰던 저도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컷 볼 수 있었거든요.

옥상에 올라가서 다 같이 천체투영관으로 향했습니다.

천체투영관에서는 의자를 젖히고 누워서 천장의 별자리를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설명으로 익힐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진 촬영은 금지였습니다.

때로는 사진을 찍느라 정작 중요한 순간을 놓칠 때가 많은데, 오히려 사진을 찍지 않아서 별자리를 눈과 귀로

더욱 실감나게 맛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직접 찍은 것보다 전문적인 사진은 구글에 검색해도 많기도 하구요.

다음으로 향한 곳은 천체관측실입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천체관측실의 위풍당당한 망원경으로 목성과 토성을 관측했습니다.

천체관측실에서 저는 다섯 번 놀랐습니다.

먼저, 관측 장비에 놀라고,

다음으로, 목성 보면서 놀라고,

줄서서 다 보고, 목성 좀 찍어보려 했더니...목성이 제 차례에 숨어버려서 놀라고,

다시, 토성 보면서에 놀라고

다 보고나서 스마트폰으로 토성을 찍는 데 놀랐습니다.

한편으로, 스무 명 정도 되는 분들의 스마트폰으로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시는 데는...감동했구요.

정말 재밌는 건, 친구와 오신 분들이나 커플끼리 오신 분들이나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각자의 스마트폰 기종마다 카메라 성능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종 상 안되는 것도 더러 있구요.

정작 제 차례가 되서 찍고나니 그 심정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 스마트폰으로 카톡과 셀카를 넘어서 토성도 찍을 수 있다니! 이 똑똑한 것~'

천체관측실뿐만 아니라 보조관측실을 비롯하여 옥상 곳곳에 다양한 천체망원경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망원경 갯수도 적지 않아서 커플인 분들을 감안해도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저를 위해 양보해 주신 걸 수도 있겠군요.

위의 달 사진은 어디서 퍼오거나 한 게 아닙니다.

천체망원경의 렌즈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어 직접 찍은 겁니다.

일부러 사진의 크기를 작게 올렸는데 원본 사진을 보면 달의 울퉁불퉁한 표면(크레이터)을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제일 오른쪽에 있는 사진은 어두컴컴한 천체관측실 내부에서 플래시를 켜고 실수로 바닥을 찍은 사진입니다.

의도치 않게 마치 달 표면을 밟고 있는 느낌이 나서 지우지 않고 남겨뒀습니다.

목성, 토성, 달 외에도 화성과 '아크투르스'라는 별 등등

처음의 강의와 천체투영관에서 배운 다양한 천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시력이 좋으면 화성의 극관도 볼 수 있다는데, 저는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아크투르스'란 별자리 중 하나인 목동자리에서 목동의 가랑이 부분에 있는 가장 밝은별이자 가장 밝아보이는

별입니다. 가장 밝아보이는 시리우스 다음으로 밝은 1등성이라고도 하네요.

http://minicamp.itamtam.co.kr/star/community/noticeView?community_idx=2342&search_string=&search_field=&search_cate= (공지사항-6/4 성인프로그램 中 예시 사진)

관측을 실컷하다가 문득, 이제 슬슬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7층 강의실로 갔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닌 과학동아 천문대의 성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념 삼아 매직폴리미니라는 열쇠고리를 만드는 코너가 남아있었습니다.

먼저 별, 하트, 클로버 모양 세 종류와 투명, 불투명 두 종류로 총 6가지 조합 중 한 가지를 고릅니다.

고르고 나서 그 위에 다양한 색깔의 싸인펜이나 색연필로 그림이나 글씨를 마음껏 새겨줍니다.

완성작을 제출하면 10분 이내에 바삭바삭하게 구워서 돌려받게 됩니다.

보시는 것처럼 저도 별을 참 좋아하는데요...제가 고를 수 있는 건 하트모양뿐이었습니다.

막상 꾸미려고 보니 막막해서 염소자리의 염소 한 마리 그리고 끝내고 갈까 싶었으나,

기왕 만드는 거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자 싶어 잔뜩 써넣었는데 선명하게 잘나와서 뿌듯했습니다.

3. 천체 관측 프로그램을 앞두고

저는 프로그램을 접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신청 후 관측 당일까지 '아빠. 엄마 언제와?' 하는 아이의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커플들의 '데이트 코스'에 발을 내딛은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죠.

D-3, 예감, '불길한데?'

D-2, 직감, '불길해...'

D-1, 직관, '불길하다.'

날이 갈수록 불길한 예감은 직감이 되고, 직감은 직관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저는 Fight or Flight, 즉 맞서거나 도망쳐야 했습니다.

Fight. '이 기회에 나도 커플 대열에 합류하자.'

or

Flight.'이건 없던 걸로 하고 솔로를 유지하자.'

결과적으로, 제가 내린 결론은 'Fight'도 'Flight'도 아닌 'Fancy'였습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러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별을 보고 즐기자.'는 의미의 'Fancy'였죠.

이토록 입이 마르고 속이 탄 끝에야, 저는 천체 관측을 하러 간 것이었습니다.

4. D-3, 과학동아 천문대 발견

전역하고, 복학하고, 별 볼 새 없이 학기가 지나갔습니다.

뭐든 열심히 하려고 했고, 열심히 하는 것 같았지만 제 마음은 암흑물질 같았습니다.

...

알 수 없었다는거죠.

...

그러던 지난 5월 13일, 한동안 잊고 있던 밤하늘을 보았더니 달도 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마치 이병이었던 저의 눈을 가리고서, "어때? 깜깜하지? 이게 군생활이야." 라며

저를 두 번 죽이던 선임 같은 밤하늘이었습니다.

...

괜한 오기가 생겨서 '우리나라 천문대'를 찾아보니

두둥!

집에서 30분밖에 안 걸리는 용산에 천문대가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과학동아 천문대'였습니다.

때마침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천체 관측 프로그램에 빈 자리가 있어서

망설임 없이 질렀습니다!

왜 지금까지 '과학동아 천문대'의 존재를 몰랐나 했더니

올해 5월 13일에야 근처에 천문대가 있나 찾아본 탓도 있지만

그보다도 과학동아 천문대가 비교적 최근인(?) 작년 11월에 개장했기 때문인 걸로...

http://news.donga.com/3/all/20131209/59428729/1(과학동아천문대’ 개관 기사)

5. 저는 별 볼 일 있는 사람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이었습니다.

지구과학 시간에 다뤘던 내용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지구의 땅(지각의 형성과 변동, 지질)과 하늘(대기와 오염), 그리고 우주(별의 생성과 소멸)까지!

당시 담당 선생님의 성함은 '운'자, '석'자를 쓰셔서...'운석'이셨습니다.

달과 별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어제 뜬 달이 뭔지 아는 사람?"

"..."

저는 전날의 달을 유달리 눈여겨 보았던 터라, 아무도 대답이 없길래 "하현이요." 했습니다.

그러자, '운석'선생님께서는,

"이야~그래. 맞다!

이 XX들아, 다른 게 ★ 볼 일 없는 게 아니야.

밤에 ★ 볼 일 없이 퍼질러 자지 말고, 얘처럼 달도 보고 별도 보고 살아야

★ 볼 일 있는 사람인 것이여." 하시는 겁니다.

저나 친구들이나 다들 우스갯소리로 들었지만, 졸지에 저는 '★ 볼 일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 후로도, 저의 ★ 볼 일은 계속 됐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술과 함께.

벤치에서, 풀밭에서, 옥상에서 맥주와 함께.

근무 때, 행군 때, 연병장에서 구르고 드러누워서.

어느덧, 과학동아 천문대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다음엔, 가족들과, 친구들과, 여자친구와.

앞으로도 과학동아 천문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추억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늘 재밌고 유익한 잡지인 과학 동아와 더불어 이토록 아름다운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1
  • 과학동아천문대 2015.08.30
    아~글이 넘 재밌네요~^^
    4학년 딸아이 별 천문대 신청하려 후기도 읽어 보게 되었는데
    빨리 신청하고 딸이 좋아하는 별구경도 달구경도 하러 가야겠어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