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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후기

과학동아천문대를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리얼스토리입니다.
우리도 베란다 좁은 창틈으로 별을 외칩니다. 화이티~~o^^
김민식 2014.05.20 2,694

시골쥐 아빠의 도시쥐 딸 키우기

난 커서 아빠 같은 시골 사람하고 결혼할거야.’ 6학년 외동딸의 들을 때마다 기분 좋은 립서비스입니다.자식이 하나 뿐인지라 친구처럼 지내줘야겠다는 생각에 아이와 여행도 자주 다니고 캠핑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밤하늘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수많은 별들이 모두 각각의 이름과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만화로 읽거나 들었던 그리스신화의 수많은 주인공과 모험담들이 밤하늘에 가득히 새겨져 있다고 생각하니, 마치 하늘이 밤마다 거대한 이야기책장을 펼쳐주는 기분이라 해야 할까요. 아무튼 별이야기는 저와 아이의 또 다른 화끈한 밤 문화를 만들어줄 매개임에 분명했습니다.

도심 한 가운데 왠 천문대?

저는 당장 그리스신화 전집과 별자리 책, 쌍안경, 별지시기를 충동구매 한 다음 열공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무식하고 용감했습니다. 학창시절 지구과학 시간이 수면시간이었던 저에게 천문이라니….~효효효! 고전을 거듭하며 그리스신화를 읽는 것까진 해결이 되었는데, 막상하늘의 별자리를 어떻게 찾고 어떤 과학적인 질서와 원리가 적용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천문대의 기초과정을 검색해 보고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천문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매우 일회적이고 체계적이지도 않아서 구색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인 홍보프로그램 냄새마저 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심 속 천문대라는 어떤 신문 기사의 문구가 눈을 사로잡았고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서울의 중심에서 별을 외치다’ - 도시에서 쫓겨난 별들을 다시 도시로 불러들이는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은 멘트! ~! 누가 카피를 썼는지 가서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분명 저와 같은 촌사람이겠지요? 저처럼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은 밤하늘의 별을 본다는 게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예전에는 맨눈으로 은하수를 보는 것도 흔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지금은 은하수는 고사하고 1등성이라고 하는 별들과 함께 그 별들의 사연도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쫓겨나깊고 깊은 산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과학동아 천문대의 신명나는 별 부르기 굿판이 지속되어서 더 많은 도시 쥐들의 가슴에 별을 돌려주기를 간절히 응원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하고, 백견이 불여일행 하다.

사실은 큰 맘 먹고 중미산천문대나 별마로천문대 등을 생각하며 12일 프로그램 생각하고 있었는데, 카피 작가님 덕에 제가 주말을 멀리 운전해서 별 보고 오거나 별 볼 일 없이 오거나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거니와 그 시간에 청계천 광장시장에서 딸이 좋아하는 녹두 빈대떡과 레몬쥬스를 여유 있게 즐기면서 서울 도심 속에서 별을 볼 수 있다/없다로 내기를 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하필 그날(5/2,,별과 태양계)은 구름이 많고 날씨도 추워서 별을 관측할 수는 없었지만, 두 번째 날(5/17,,별과별자리)은 목성,화성,토성,북두칠성 모두 관측할 수 있었고, 인공위성이 밤하늘을 말처럼 달리는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모를 때는 그냥 쇳덩이로 된 통신장비였던 것이 설명을 듣고 힘들게 찾아서 보았더니, 아주 짧은 순간 반~짝하고 태양빛을 지구로 반사하는 모습이 마치우리 가슴 속에 무어라고 통신하고 싶은 것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경기도의 집으로 오가는 길이 멀고 피곤했던지, 아이는 서울역에서 광역버스에 오르자마자 깊이 잠이 듭니다. 제 어깨에 기대어 잠든 얼굴을 보니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을 만나고 있나 봅니다. ‘아빠가 김수현처럼 멋지면 좋겠다던 맹랑한 딸 녀석의 꿈속에서 오늘만큼은 제가 김수현을 재꼈겠지요? ㅋㅋ. 다음날 아침부터 엄마에게 콧구멍에 힘을 주고 자랑을 합니다. ‘엄마,엄마 토성이 띠가 요렇게…. 하얗게 뱅그르르~….’ㅎㅎ 공자님 말씀 틀리지 않습니다.

다른 천문대 헛걸음 마시고 과학동아천문대에서 시작하세요.

과학동아천문대는 다른 천문대보다 프로그램이 매우 내실 있게 구성되어있었습니다. 야간프로그램의 경우, 천문기초 강좌->천체투영관/천문관측->정리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이들은 단연 망원경관측과 천체투영관을 좋아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천문대장님의 맛깔나는 강의가 단연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천체투영관이나 고급망원경은 다른 천문대에도 다 있는 시설이지만, 천문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쉽고 재미있게 해설하고 전달하느냐는 매우 어렵고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날품을 팔면서 조사를 좀 해봤는데, 여기처럼 교육대상을 초등학생과 성인을 구분하고 나아가 천문 기초 프로그램과 특별프로그램(특이한 천문현상이나 계절별 천문현상 중심)을 시기 적절하게 운영하는 곳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지금까지 2개의 야간 프로그램 밖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예약되어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기대가 됩니다. 준비된 컨텐츠와 재미난 해설, 도심 속에 별 볼일 많은 과학동아천문대 강력 추천합니다.

건의 사항과 감사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들 중에서 그리스신화나 동양고전과관련된 이야기도 곁들여서 별자리 해설해주시면 훨씬 재미날 거 같습니다. 예컨데, 목성을 관찰하면서 4개의 갈릴레이 위성이 있다는 것을 소프트웨어와 실제 관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해당 위성(이오, 에우로페, 가니메데, 칼리스토)과 제우스와의 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신화 이야기도 곁들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 시간의 제약이나 기타 여건상 어려움이 있겠지만 언젠가는 독립 강좌(가칭태양계와 목성’)로 개설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밤도 동쪽으로 창이 난 아파트 비좁은 베란다에서 딸아이와 함께 화성과 토성, 스피카, 아르크투르스, 베가를 쌍안경으로 보면서 처녀를 짝사랑하는 목동의 외로운 맘을 달래는 거문고 소리를 전쟁에 지친 아레스와 시간을 멈춘 크로노스가 무심히 듣고 있는 경이로운 장면을 몰래 훔쳐보고 있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밤 하늘에 감사하며, 우리도 베란다 좁은 창 틈으로 별을 외칩니다. 화이티~~o^^

추신 : 인터넷 익스플로러 11에서 글쓰기 창이 안 열립니다. 아마 그래서 후기가 적게 올라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컴퓨터 문제인 줄 알고 한 참 고생하다가 결국 다른 컴퓨터에서 올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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