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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후기

과학동아천문대를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리얼스토리입니다.
★을 보다
최윤진 2013.12.30 2,495

해바라기

_ 우리의 반짝이는 별 하나, 태양

우리가 볼 수 있는 별은 몇 개다~?”

선생님의 질문에 어린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한 개요~!” , 요즘 아이들은 미리미리 알아둔 것도 많다.

달님도 별님도 아닌 해님만이 우리에게 자신의 빛을 보여주는 진짜 별이란다.

우리의 커다란 별(항성), 태양을 보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다. 망원경의 렌즈에 눈을 대고 직접 보는 직시법(필터 사용)’과 하얀 막을 대고 보는 투영법’. 대물렌즈와 접안렌즈, 볼록렌즈를 이용해 보는 직시법이 말 그대로 더 잘 보인다고. 하지만 투영법도 태양의 흑점까지 관측이 가능하며 직시법보다 더 좋은 점은 여럿이 볼 때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그냥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태양의 표면 온도는 약 6000도라 한다. 그 온도가 높다는 것 때문에 새삼 놀라지는 않았다. 감탄스럽고 신비롭게 느껴졌던 건, 그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폭발적 열기가 나에게 따스함으로 다가오는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태양 중심에서 만들어진 빛과 열이 태양의 가장자리까지 옮겨지는 데 ‘1500년이 지나야 한다. 그리고 그 표면의 빛이 나에게 다가오는 시간 고작 ‘820’.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과 십 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의 간극이 참 막연하다. 하여 우주라는 시공간에 대한 낯섦으로 한동안 오묘한 기분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옥상의 천체 투영관에서는 자리를 눕혀 별자리를 보고 야외에서는 쌍안경과 망원경을 비교해가며 공부도 했다. (이중성까지 관측할 수 있다는 쌍안경에는 비밀이 있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안알랴줌.) 쌍안경을 고를 때는 우리 눈과 가까운 배율로 선택하는데, 46정도 되는 배율에 렌즈 지름은 클수록 좋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망원경이든 쌍안경이든 별자리는 눈으로 봐야 보인다.”는 천문대 대장님의 말씀을 따라 옥상으로 올랐다. 천문대 옥상에는 주망원경(별을 잡고 그 별의 움직임을 따라 망원경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신기한 장치. .. 놀라워라.)이 자리 잡은 관측소(돔 지붕 형태)와 망원경이 야외 데크에 준비되어 있었다. 잔뜩 낀 구름 탓에 간간이 관측됐지만. 환한 대낮에도 별을 볼 수..? 있었다!

옥상 천체 관측소에서 주망원경으로 이중성과 작은(주망원경에 비해^^) 망원경으로 태양의 홍염을 보았다. 그 홍염이 지구까지 튀어 지구의 자기장을 뚫고 들어오는데 이것이 지구에서는 아름다운 오로라가 된다고 한다. 사과를 세로로 절반 가른 면을 살피면 지구 자기장을 뚫고 들어오는 모양새를 알 수 있다. 오로라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직녀·견우성 두 별과 목성은 육안으로도 보였다. 직녀성과 견우성 사이 은하수가 펼쳐지는 것도 볼 수 있다면. 아쉬었다. 그 옛날, 청정시절 고대의 인류는 계절마다 달리 펼쳐지는 또렷한 별들을 보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겠지. 그러면서 하늘 저편이 얼마나 신비롭고 궁금했을까. (비록 태양의 반사빛이지만) 별들은 내 머리 위에서 늘 저렇게 밝게 빛나고 있다! 내가 놓치고 사는 것들이 별빛 뿐만은 아니지만. 이 짧은 순간을 살다가는 일생에서 그냥 놓쳐버리기엔 왠지 아깝고, 안타까운 반짝임이다.

별바라기 _ 예쁜 행성, 목성을 보다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밝은 별을 찾기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밝은 별, 1등성이라 일컫는 별을 우리나라에서 15개나 찾을 수 있는데 그 중 7개가 겨울철에 보인다고 한다. 그 행성들을 보기 위해 우린, 낮에 이어 밤까지 천문대에 남았다. 낮보다 사람들의 관심은 더 뜨거웠고, 설명해주는 대장님의 목소리도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더욱 짙어진 구름 때문에 관측이 쉽지 않았다. 시간대별로 구름이 걷히는 위성사진을 살피며, 그리고 천체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별을 기다렸다.

그동안, 북극성을 움직이지 않는 제일 밝은 길잡이 별이라 잘못 알고 있었다. 북극성은 제일 밝진 않으며 사람 눈으로 움직임을 잘 알 수 없을 만큼 움직인다고 한다. 일 년 내내 움직임이 제일 적은 별이라 방향의 기준이 되어 왔던 것이다.

겨울철 밤에는 다른 계절보다 더 유난히 별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안드로메다 은하와 오리온 성운, 플레이아데스 산개 성단과 히야데스 산개 성단 등 망원경 없이도 볼 수 있는 은하와 성운 및 성단이 있는가 하면,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 리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등등. 너무 추워서 견디기 힘들다는 사실만 빼면 별을 관측하기에는 겨울이 제일 좋다고.

강의실과 옥상을 오르내리길 두어 번인가. 구름이 조금씩 움직일 기미가 보이자 다시 관측소로 향했다.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와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은 거대한 삼각형을 이루는데 겨울철 별자리를 찾는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한다. 거기에 목성은 겨울 별자리의 중심이라고 했다(맞나?). 잔뜩 낀 구름 때문에 달은 관측할 수 없었고, 관측소의 주망원경으로 달과 성단을 관측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흐린 하늘 탓에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데크에 준비된 망원경으로 찾은 목성은 정말 깨끗하고 예쁘게 반짝거렸다. 구름사이 사이로 어렵사리 관측된 별들 중 하나였는데 황토색의 동그란 유리구슬 같았고 갈색의 두 줄 무늬가 제법 선명하게 보였다. (닮은 寶石이 있는데 이름이 뭐였지?TT) 게다가 목성은 지구와 충돌하려는 운석들을 막아 준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에 알 수 있었다. 목성의 중력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던 작은 아이 왈 목성이 우리 수호별이네” ^^;

계절마다 볼 수 있는 별들이 다르다지만 하룻밤을 꼬박 새가며 찾는다면 세 계절의 별자리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른 천문대까지 가 보고 말 것 같다. 끝 모를 넓은 우주, 느닷없는 외계인 등장처럼 머릿속 여기저기서 호기심이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중이다.

별을 보기 위해 천문대를 찾은 것은 처음. 그동안 나에게 우주와 별은 막연한 호기심과 두려움의 공간 혹은 생명 존속 가능성을 지닌 곳 정도였다. 인류가 살 수 있는 별을 정말 찾을 수 있을까. 다른 은하계에도 생명이 존재할까. 작은 행성 지구에 이렇게 짱 박혀, ‘여그가 제일 좋아배 두들기며 누워만 있을 수는 없는 일! 별을 이렇게 가깝게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가능성을 열어 보일까. 기대와 궁금증이 가득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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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아 대부분 기억에 의존해 작성했습니다.

틀린 것이 있다면 자상히 알려주세요..

*천문대 방문은 처음이라 열정적인 선생님들의 가이드에 비해 반응이 약했던 것 같아요. ㅋㅋ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조금 아쉽네요 ..^^.

* 다음엔 날씨가 좋았으면, 그래서 달도 별도 모두 잘 볼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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