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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후기

과학동아천문대를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리얼스토리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선물
이미진 2013.12.26 1,939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고 1시간 반동안 외출준비를 하는 언니를 보며 엄마는 발을 동동 굴렀다.

엄마는 용산에 천문대가 생긴 것을 알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별을 보여 주겠다며 별바라기를 신청하려고 하셨으나 예약이 다 찬 관계로 해바라기 프로그램에 예약을 하셨다.

예전에도 야외에 있는 천문대를 가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거리며 인원이 맞지 않아 번번히 기회를 놓진 것을 늘 아쉬워 햐셨다.

마침 나도 학교에서 과학시간에만 배우던 것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호기심에 기꺼이 참여했지만 언니는 친구와 놀아야 할 크리스마스에 웬 천문대냐며 볼멘 소리를 하였고 결국 친구를 만나기 위해 천문대를 가야만 했다. 엄마의 조건이었으므로.

걸어서 가려했던 애초의 계획은 언니의 긴 외출준비로 물건너가고 결국 30분도 안되는 거리를 늦을까 염려가 되어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시작하려면 아직도 20여분이 남아있을만큼 여유 있게 도착해 우리는 천문대 측에서 마련해주신 차를 한잔 마시고 교실로 들어갔다.

들어가고 난 후 언니와 나는 동시에 '헉'소리를 냈다. 가족단위 프로그램인지라 모두 유치원, 초등학생들 뿐이었다.

언니는 '내 이럴 줄 알았어'하며 울상이었고 나와 엄마는 눈을 마주보며 '아, 너무 수준 낮으면 어떡하지?'하는 염려가 물 밀듯이 밀려왔다.

수업시작. 망원경과 천체에 관한 이야기 인지라 다행히 수업이 평이했다.

아이들도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제법 대답들도 잘하고 열심히 경청을 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태양 관측시간.망원경으로 바라볼 수 있는 원형 돔이 버튼 작동으로 닫혔다 열리고, 돌아가는 모습도 신기했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직접 보았다.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천체 투영관에서는 누워서 영상으로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는 재미도 무척 즐거웠다.

다시 강의실로 내려와 선생님께서 쌍안경과 망원경의 차이 등 몇 가지 문제를 내셨는데 언니는 꼬마들이 맞춰서 상품을 타는데 양보를 하는 듯 혼자서만 중얼중얼 답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 언니에게 엄마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음, 학교에서 공부를 하긴 했군" 하고 흐믓해 하셨다.

강의 시간이 끝날 무렵 옥상 위에 계셨던선생님이 내려와 낮에 흐려서 안보이던 금성이 보인다며 시간이 되는 분들은 올라와도 좋다고 했다.

하나라도 진심으로 더 보여주시려는 성의가 보기에 좋았다.

우리는 금성을 보기 위해 한 번 더 한층을 올라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앗다.

약속시간 늦겠다며 억지로 따라오던 언니도 손톱처럼 보이는 금성을 보고 '예쁘다'했다.

엄마는 내려오시다가 마주친 선생님께 크리스마스인데 아이들한테 선물도 없냐며 조금 서운해 하셨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에 난 거대한 우주에 수많은 별들 속에 이 태양계의 지구에 나와 가족들이 함께하는 특별한 존재의 기적을 가진 행운아라는 생각에 짜릿함을 느꼈다.

기억에 남는 2013년의 해피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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