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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후기

과학동아천문대를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리얼스토리입니다.
흥미진진 과학수사 체험기
권오상 2020.01.26 410

나는 경쟁심은 없지만 이 후기는 꼭 쓰고 싶었다. 추리소설가인 내 꿈에 도움도 되고, 이 체험을 글로나마 꼭 기억하고 싶다.

아.. 뭐랄까..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꼭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사인회에 가는 것 처럼 기대로 부풀었고 얼른 17일이 되길 기다렸다.

대기실에서 10분쯤 있다가 교실로 들어섰는데 평범한 교실같이 보였지만 스크린이 폼나 보여서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내 옆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더니 5분 뒤 나랑 비슷한 또래의 여자애가 앉았다.

처음에는 현장 스케치를 했지만 내가 스케치나 그림에 통 관심이 없어서.. 데셍은 좀 좋아하지만 말이다. 그 뒤로 그린 몽타주도 별다른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화성 연쇄살인사건 이야기 나오자 귀를 기울이고 스크린을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사건 조사나 분석을 좋아하는 편인데 사건 이야기 듣는 것도 못지않게 좋아한다.

지문 채취나 KM시약 혈흔 감식도 하고 이것저것 했는데 나는 루미놀 시약 혈흔감식이 인상 깊다. 만화나 영화에서나 보던 루미놀을 내가 할 수 있다니! 아, 나의 기대치에서 60%는 여기에 썼다.

종이에 있는 두 가지 붉은 엑체... 이 두 가지에 루미놀을 떨어뜨리는 순간!!! 두 번째 엑체가 파랗게 빛났다. 첫 번째가 물감이고, 두 번째가 피였던 것이다. 영롱하게 빛나는 피를 보니 세삼 피가 아름답게 보였다. 밤하늘같은 피를 보고 있으면 걱정이 싹 날아갈정도로 예뻤다.

크로마토그래픽도 17%를 썼다. 4가지 펜 중 범인의 펜을 알아내는 것인데 다 똑같아 보였다. 2, 3번 펜과 가장 비슷했는데... 2번 같기도 하고, 3번 같기도 하고. 펜이 그어진 종이를 물컵에 담그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 2, 4번 펜의 색깔이 분리되고 있었다. 초록색, 빨간색, 파란색 등의 색이 보였지만 3번 펜만 분리되지 않았다. 3번 펜을 다시 한 번 살펴보니 3번 펜은 컴퓨터용 사인펜이었다. 혹시나 해서 범인의 펜이 그어진 종이도 담갔다. 범인의 펜도 색이 분리되지 않았다. 범인의 펜은 3번 펜이었다. 어휴, 혹시 컴퓨터용 사인펜이 아니었다면 찾기 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4개의 펜을 간추린 걸까? 참 의문이라니까.

이번에 27%를 썼다. 범인 잡기인데 지금까지 모은 단서는 이렇다. 범인은 남자며 지문이 와상문이고 컴퓨터용 펜을 가지고 있다. 아 그런데 범인도 참 덜렁이다. 나 같으면 펜은 일찌감치 버리고 여자로 변장을 한 채 손가락을 코팅해 범인을 저지를 거다. 그리고 또 어떻게 간추렸는지 친절하게 용의자도 딱 3명을 가려내 주었다.

운 좋게도 내가 경찰로 뽑혔다. 야호!

1번 용의자는 1번 펜을 가지고 있어서 OUT. 2번 용의자는 여자고 4번 펜을 가지고 있어서 OUT. 3번 용의자가 3번 펜을 가지고 있었다. 수갑을 채우는 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니! 정말 원하는 순간이었다.

어린이 과학동아를 영원히 구독하기로 약속~~ 체험은 그럭저럭 끝낼 만 했다.


댓글 1
  • 2020.01.26
    자신감 폭발... (사진이 안 올라가요. ㅠ.ㅠ)